2014년 2월 20일 목요일

퀴즈쇼 -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

퀴즈쇼라는 영화가 있습니다. 연승을 하는 (어리바리한) 유대인 때문에 정체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새로운 영웅을 만들기로 한 방송국 PD가 젊고 잘생긴 찰스 반 도렌이라는 백인 대학교수를 새로운 영웅으로 끌어들이기로 합니다. 하지만 그의 승리를 위해 문제를 미리 알려주겠다는 제안에 그 대학교수는 완강히 거절하죠.
그를 설득하기 위해 결승 전날 PD는 대학교수를 만납니다.

우리는 조작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매끄럽게 진행하자는 것 뿐입니다. 어차피 다 아는 문제 아닙니까?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, 리어왕, 햄릿, 오델로, 다음 뭐가 있습니까?
맥베드
예, 이렇게 맞출 문제 아닙니까? 조금 더 극적으로 맞추자는 겁니다.
아무튼 전 참가할 없습니다.

다음날, 퀴즈쇼 생방송에서 마지막 고비에 이르러 나온 문제가 바로 이것이었죠.

자, 미스터 도렌에게 마지막 문제입니다. 이 문제에 의해 승패가 갈리는데요,
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, 리어왕, 햄릿, 오델로, 다음 뭐가 있습니까? 제한시간 10초 드리겠습니다.

한동안 고민하는 찰스...
이 문제만 맞추면 우승할 수 있다. 그리고 어차피 아는 문제다. 어제 들어본 문제긴 하지만 PD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다면 운이 좋다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일 뿐이다...(영화에는 고민하는 장면만 나오지만 이런 고민-정당화를 했을듯)
결국 찰스는 문제를 맞춥니다. 그리고는 점차로 그들에게 물들어, 마침내는 매번 대본을 받아들고 퀴즈쇼에 참석하게 됩니다.

바늘도둑(작은 문제 하나)이 결국 소도둑(방송조작 참가)이 된 셈이죠. 마치 늪에 조금씩 빠져들어가는 것처럼 말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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